2009년 7월 30일 목요일

걸인을 스침_2009. 7. 29.

손금 사이사이로 검은 때가 찌든 걸인이 휘청거리며 다가와, 배고픈데 돈 좀 줘요,한다.

작은 지갑을 뒤적거리니 동전 몇 개가 나와 대강 그걸 주었다. 돈을 낚아채듯 돌아선다.

 

차례로 지영, 채플린, 바우만을 떠올린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지영이 미쳐버린 걸인을 마주하고

옷깃을 여미며 발길을 재촉하듯 나도 도망치듯 그와 멀어진다. 걸인의 위협은 수많은 보험상품과

노후보장 금융상품을 먹여살린다. 이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님께는 윤택한 삶을 드립니다, 걸식하

는 일은 없지요, 한순간입니다, 추락은 요, 그러니까 고객님, 새 상품이 나왔는데...

 

<키드>. 위층에서 내던지는 쓰레기 더미와 연속하여 떨어져있는 어린아이. 채플린은 아이를 간신히

받아든다. 쓰레기와 어린 아이의 과감한 병렬. 바우만보다 수십 년을 앞서 <쓰레기가 되는 삶>을

예언한다.

 

그와 멀어지고 한여름의 해가 길게 뉘어있어도 한기는 가시질 않는다. 햇빛은 잔인하고 그의 검은

팔은 땀으로 번들거린다. 오늘따라 바람도 불지 않는다.

댓글 1개:

  1. 훔, 걸인과 걸인이 나오는 영화를...

    결국엔 키드가 보고 싶어, 검색을 하니 나오네요.

    잘읽고 갑니다.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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