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0일 수요일

마트, 계산대, 중년남자_2010. 2. 6.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내가 고른 물건들을 풀어놓을 때, 작은 서류함을 든 중년 남자가 꽤 오래 계산원을 붙든다. 뒤에 선 내가 계산을 끝내고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까지 그가 한 말은 같은 내용의 반복이었다.

 

 

"이거, 이러면, 현금영수증, 아니 그, 연말정산, 소득, 그거 공제 되는 거, 이러면 되는 거죠?"

 

 

다 된거다, 그러면 문제없다, 반복해 이야기해도 그는 재차, 조금씩 단어 순서만 달리해서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계산원의 표정에 묘한 당혹, 어쩌면 조금의 공포, 감출 수 없는 짜증, 그러나 임무를 띤 미소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을, 화난 엄마 얼굴을 살피듯 초조하게 곁눈질했다. 중년남자는 계속 웃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덧붙인 한 마디로 짐작이 되었다. "제가 일이 없다가, 요번에 자리를 잡았거든요, 그래서요, 이거 이러면, 공제 그거 되는거죠?"

 

 

축하한다,는 말을 원했을 거라 짐작한다. 일면 없는 계산원에게라도, 잘됐네요,를 듣고 싶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이런 짐작이 폭력적일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계산원도, 나도, 그말은 하지 않는다. 남자는 싱글벙글 꾸벅꾸벅 인사하며 서류함을 들고 착착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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