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9일 토요일

이른 아침의 귀가길_2009. 8. 28.

 

첫차가 다니기 시작하고서도 한 시간은 넘은 시각. 성마르게 동이 터오자, 무거운 궁둥이를 떼고 자리를 뜨지 못한 밤의 흔적들이 몰려오는 아침의 사람들에게 치부를 보인다.

 

밤의 복장을 아침에 마주하면 어째 조금 남세스럽다.

똑같이 흐트러진 것 같아도, 아침의 분주함이 뭍어난 옷자락과 밤의 여흥에 뒤틀린 옷깃은 전혀 다르니. 벌컥 열어버린 문에 아직 옷매무새를 채 다듬지 못하고 대강 여미기만 한 채 외도의 장면을 들켜버린 에로영화의 장면처럼, 햇빛은 자꾸자꾸 밝아오는데 밤의 흔적은 (무슨 잘못도 아니건만) 폭로되고 있다.


준비가 되지 못한 밤의 사람들은 무거운 엉덩이를 주춤주춤 옮기며 아침의 사람들 사이로 섞인다.
아침 사람들은 밤의 흔적들을 달갑게 여기진 않는듯. 그들의 찌뿌린 미간은 내뱉지 못한 잔소리같다.

 

아침의 복장은, 한나절만 지나 밤이 다시 온다면,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한 회식자리의 초임교사처럼, 샌님같이 보일 시간이 온다. 밤사람이 늦은 잠을 청한 후 한나절이면 된다.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옷깃을 마저 여밀고 아직 밤을 이어가고 있는 밤사람의 방으로 각자각자 줄행랑을.

댓글 2개:

  1. 밤의 흔적을 지닌 사람을 아침사람들이 달가와 하진 안겠죠.



    앉은 자리에서 뿌옇게 밝아오는 미명을 봤을때 그 묘한 황당함이 기억납니다.



    (성마르다 라는 표현은 참 낯선 표현인데 찾아보니 그 뜻을 알겠네요. 덕분에 단어 하나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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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가아빠 - 2009/08/30 11:44
    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새버리더군요.

    좀 밝아진다 싶은 후엔, 후루룩 밝아져선 허망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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