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건널목의 신호등이 번갈아 켜지는 길에, 한 아주머니가 전봇대 뒤에 커다란 쇼핑백을 기대 세우고, 그 안의 전단지를 한뭉치 집어든다. 곧 길 한가운데로 선다.
퇴근시간이라 말쑥한 차림의 직장인들이 이쪽 저쪽으로 무리지어 많이도 오가는데, 아주머니 손에 전단지가 당최 줄지를 않는다. 아주머니는 부끄러운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전단지를 선뜻 내밀지도 못하고 시선만 흔들흔들하며 서있었다. 숙달된 전단지 배포자는 커다란 길에서도 유능한 골키퍼처럼 좌우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살짝 막아내, 그 손아귀에, 그가 받을 맘이 있건 없건 가차없이 전단지를 찔러넣는 뻔뻔함이 있다. 이 아주머니는 그러기엔 너무 수줍다. 저게 지금 뭘 내밀고 있는 건가 싶게 살짝 종이를 들어 건네보나, 행인은 아주머니를 밀쳐내듯 지나간다. 갈수록 쑥스러운 듯 그저 발끝만 탁탁 바닥에 꽂는다.
어차피 전단지를 나눠줘야 할 살림살이라면, 저 아주머니가 좀 더 빨리 뻔뻔해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사람들은 전단지 아주머니의 얼굴 따윈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니 괜한 전단지 한 장에 자괴감이며 부끄러움을 담고 서 있지 않기를. '못하겠으면 관두지'라는 말은 못하겠으면 관둬도 될 형편의 사람에게나 쓸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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